뇌경색 이후 찾아온 환청
몇 년 전 아버지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다행히 빠르게 병원을 찾은 탓에 이전과 같진 않지만 그래도 혼자서 활동하실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하실 수 있었다.
아버지께선 퇴원 후 아직까지도 매월 병원에 가셔서 의사와 상담을 하시고 약을 처방받고 계신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남들에게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으시며 불안에 떨고 계신다.
처음에는 백색 잡음과 같은 단순한 소리로부터 시작되더니 점차 복잡한 소리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탱크가 지나가는 굉음이 들린다거나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거나 그러시더니 어느 날부턴 상여 나갈 때 하는 ‘아이고~ 아이고~’하는 곡소리가 들린다고 하셨다.
더욱이 황당한 것은 그 곡소리의 목소리 주인공이 나라고 그러시면서 ‘애비가 죽기를 바라냐’며 화를 버럭 내시는 것이다.
당시 수차례 나는 그런 적 없다고 말씀드렸지만 믿지 않는 눈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버지의 증상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
급기야 어느 날 다락방에 있는 나를 불러 내리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지금 누가 와 있느냐며 물으시는 것이다.
무슨 말씀이시냐고 했더니 지금 어떤 남자들과 내가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공모를 하고 있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집 구조상 아버지가 계시는 안방을 거치지 않고는 다락방으로 올라올 수 없는 구조이건만 아버지도 못 본 사람들이 어찌 내 방에 들어올 수 있냐며 아니라고 말씀드려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매일 불안에 떠시더니 결국 어느 날 밤 내가 잠든 사이에 급하게 짐을 꾸려 동생 집으로 피신까지 가셨었다.
동생 집에서 몇 일씩 머무시면서 안정을 찾으신 후 다시 집으로 오셨지만 또다시 환청을 듣고 불안해 하시더니 결국 나 몰래 동생 집으로 피신하기를 몇 차례 반복하셨다.
소름끼치는 것은 아버지께서 동생 집에 피신해 있던 몇 일 동안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걸 뭘로 설명해야 되나… 귀신의 장난일까… 아니면 내가 정말로 곡소리도 하고 누군가와 대화도 했으면서 기억을 못하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둘 중 하나는 정상이 아니라는 것일 것이다.
아버지께서 동생 집으로 피신하신 그 날에는 어김없이 아버지는 내 목소리와 어떤 남자들이 대화하는 이런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오늘 죽이겠다’ 혹은 ‘오늘 잡아가겠다’
당연한 일이지만 아버지께서 들었다던 소리와는 달리 지금껏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다.
요즘은 이전과 달리 동생 집으로 피신하고 그러진 않으시지만 증상은 더욱 심해져 있는 상태다.
아버지는 여전히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계신다.
어떤 남자 혹은 여자가 아버지 이름을 부르며 욕을 하기도 하고, 흉을 보기도 하고 그런다고 말씀하신다.
현재는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을 듣기만 할 뿐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수준은 아니시다.
증세가 더 심해지면 대화를 주고 받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버지께 정상이 아니라고 말씀드리면 굉장히 화를 내시기에 어쩔 수 없이 현재 아버지께 일어나는 일들을 영적인 문제로 접근해서 마음에 안정을 찾게 하고 스스로 극복해 내기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요즘은 아버지께서 마음에 안정을 찾으실 수 있도록 종교와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철저히 무신론자셨던 아버지께서 이번 일을 겪으신 후 하나님을 믿기 시작하셨다.
아버지께 마귀란 어떤 존재인지 설명을 드린 후 아버지에게만 들리는 그 소리는 마귀가 아버지를 말려 죽이려고 그러는 것이니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를 드려라고 말씀드렸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아버지께서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밤에 또다시 잡아가니 어쩌니 하는 소리가 들려서 무릎 꿇고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기도하며 무조건 빌었다고 하셨다.
그랬더니 그 존재들이 아버지 이름을 거론하며 아무개가 하나님께 기도를 하고 있어서 못잡아 가겠다니 어쩌니 하면서 자기들끼리 회의를 하더라는 것이다.
어떤 날은 기도를 하니 그 존재들이 아버지께 니가 언제부터 하나님 믿었냐며 급하니깐 하나님 찾냐며 비아냥거리더라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신 후 아버지는 이제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다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