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전화, 가족 납치, 돈 요구, 개인정보, 이름, 전화번호, 집주소, 생년월일

[ 보이스피싱 ] ‘가족 납치 했다, 돈
내놔라’, 이름, 전화번호, 집주소,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 관리
점검해보세요.

 

오늘 제가 겪은 보이스피싱 전화 경험담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겪은 보이스피싱 전화의 경우에는 제가 평생동안 접해본 것
중에게 가장 살떨리며 강력한 수위의 악질적인 수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껏 제가 겪어왔던 수차례의 보이스피싱 전화들은 이번에 겪은
보이스피싱 전화와 비교한다면 그저 애교 수준으로 생각될 정도로
당시 상황이 종료되는 순간까지 긴장감으로 인해 심장이 거세게
뛰어 터져나올 것만 같았거든요.

 

아무리 사기로 남의 돈을 등쳐먹으려 해도 그렇지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돈을 요구하는 이런 인간들은 특별 수사팀을 꾸려 전세계의
공조하에 끝까지 추적하여 인류 의학 발전에 보템이 되도록
의료기관에 산채로 기증을 해야된다고 생각될 정도로 치가
떨리네요.

 

그럼 이제부터 오늘 제가 겪었던 보이스피싱 전화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야기 중에서 제 동생의 이름을 ‘ XXX ‘라고
표현했습니다.

 

오늘 오전 11시를 전후로하여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걸려온 전화를 통해 굵고 걸걸한 목소리가 대뜸 XXX의 집 맞냐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하니깐 XXX의 아버님 되시냐고 묻길래 느낌이 이상해서
이번에는 아버지인 것처럼 말하며 무엇 때문에 그러냐고 되물으니
XXX가 지금 많이 다쳤는데 전화 바꿔줄테니 한번 받아보라고
하면서 바꿔주더라구요.

 

그런데, 상대를 바꾸자말자 누군가가 울면서 뭐라고 말을 하긴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통 못알아 듣겠기에 ‘ XXX 맞나?,
얼마나 다쳤냐?, 지금 어디냐?, 병원이냐? ‘ 등등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그냥 울면서 알아듣기 힘든 말로 중얼거리기만 할뿐
‘ 깡패들한테 잡혀왔다 ‘는 말만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고
그외에는 묻는 말에 대답을 안하더라구요.

 

이때 동생의 목소리 톤도 제가 기억하는 것과는 약간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 굵게 느껴져서 이상하긴 했지만 앞으로 동생을
못보게 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 없더라구요.

 

또하나 미심적은 부분이 제 동생은 전화상으로도 제 목소리를
정확히 알고 있는데 이번 통화에서는 느낌상 저를 못알아보는 듯
했었습니다.

 

제 동생이 자신들한테 잡혀있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준 후 처음에
전화를 건 사람이 다시 대화를 계속해오더군요.

 

자신들은 교도소에서 출감한 지 며칠 안되었는데 돈이 필요해서
부득이하게 제 동생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을 납치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2천만원만 주면 동생을 무사히 돌려보내 줄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 순간 저는 철저하게 아버지인 것처럼 행동하며 대화를
이어나갔고,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경찰서에 신고할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전화가 연결된 상태로 붙들어둔 다음 경찰에 신고해야지 추적이
용이할 것 같아서요.

 

그러나, 당시 저는 혼자였기에 그들과 대화를 유지하며 전화상으로
붙잡아두면서 시간을 끄는 것 말고는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더라구요.

 

그리고, 현재 상황이 실제인지 사기인지도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라서 일단은 호흡을 고르며 ‘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그렇게 큰
돈은 없으니 한번 봐달라 ‘고 사정했습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얼마전에 병원에서 퇴원하고 몸도 불편하다는
것도 XXX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이 순간에는 정말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으면서 숨이 콱 막히려고
하더군요.

 

간신히 호흡을 진정시키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확인차 말하기를
‘ 이미 당신들이 XXX에게 우리 사정을 전부 들어서 알겠지만
얼마전에 내가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해서 현재 몸도 많이 불편한
상태이고, 그기에다 가정형편까지 안좋아서 어렵게 살고 있다.
가진 돈도 없고, 아들들한테 조금씩 돈을 받아서 그걸로 겨우 입에
풀칠만 하고 산다. ‘라며 한번 넘겨짚어 봤습니다.

 

제가 한 말을 듣고나서 자신들도 XXX에게 그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큰 돈을 요구하지 않고 2천만원만 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제가 넘겨짚어 본 이유는 제 동생은 몇 년 째 객지에서 집
구해놓고 생활하며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동생을 납치해놓고
엉뚱한데서 돈 내놓으라고 하니 좀 이상하더라구요.

 

일단 이번 대화로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 전화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일단은 더 지켜보면서 판단해보기로 하고
계속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 주소를 말해주면서 맞냐고 하길래 ‘ 그렇다 ‘라고
대답하니 ‘ XXX가 거짓말은 안했네 ‘라면서 은근히 제 동생이
자신들에게 납치된 것이 실제 상황임을 드러내려고 하더군요.

 

상황이 이쯤되자 갑자기 긴장감이 치솟으며 판단이 흐려지면서
정말 실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구요.

 

어쩌면 이제 동생을 영영 못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점차 커지면서 온몸을 휩쓸었고,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마구 뛰고
호흡까지 거칠어지면서 말도 제대로 못하겠더라구요.

 

지금까지 숱한 공포영화를 섭렵하면서도 이렇게까지 긴장해 본
적이 없었고, 매를 맞을 때도 점차 내 순서가 다가올 때조차도
이렇게까지 긴장해 보지 않았었는데, 막상 가족들 중에서 누군가가
생명의 위협을 받아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게 되니
이때 닥쳐오는 긴장감이야말로 겪어보니 가히 쇼크를 일으키게
할만큼 위력적이라 할 수 있겠더군요.

 

천수를 다 누리고 자연사하게 되더라도 슬픈 일인데, 어찌 멀쩡한
생목숨이 사라지게 생겼는데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몸과 마음이 많이 약해지신 아버지께서 전화를
받지 않고 제가 받았다는 것입니다.

 

저의 상태도 이럴진대 동생을 끔찍히 챙기시는 아버지께서 전화를
받으셨다면 모르긴 몰라도 통화 도중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지도
모를 일이거든요.

 

마음 아프고 분노도 함께 치솟았지만, 저는 기본적인 생각이
테러리스트 또는 납치범, 범법자 등이 요구하는 조건들은 무조건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요구하는 돈은 단
한푼이라도 줄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차라리 그들에게 줄 돈이 있다면 용병을 고용해서 척살하는
비용으로 쓰는게 더 알차겠죠.

 

이미 납치 당사자에게 자신들의 얼굴이 알려져 있는 마당에
돈을 받은 후 살려서 돌려보내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제가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해서 대화를 나눈 것은 시간을 끌면서
경찰에게 연락한 후 이들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계속 돈을 보내줄 것을 요구해왔고, 저 역시 먹고
죽을려고 해도 돈이 없으니 한번 봐달라고 사정하니깐 최종적으로
요구금액을 2천만원에서 5백만원으로 할인을 해주더군요.

 

그러면서 집전화를 끊지 말고, 자신이 들을 수 있게 수화기 바로
옆에서 휴대폰으로 지인들한테 연락해서 돈을 빌리되 개인적인
사정으로 빌리는 것이라고 말하라고 돈빌리는 요령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더라구요.

 

그리고, 만약 경찰에 알리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경우 또는 자신들이 5백만원을 못받게 될 경우에는 동생을 죽이고
장기를 떼어내어 팔테니, 그러면 아저씨 아들은 영영 못보게
될거라고 으름장까지 놓더군요.

 

저는 알겠다면서 수화기를 내려놓고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여기
저기 방을 뒤적거리는 소리를 내다가 얼릉 휴대폰을 챙겨들고
집밖으로 나왔습니다.

 

원래 노인들이 이런일 당하면 당황해서 방금 들은 말도
깜빡깜빡하고 허둥지둥 하잖아요?

 

이미 수화기는 한쪽에 내려놓은 상태이고, 자기들이 전화 걸어서
돈 빌려오라고 한 상황에서 제가 허둥대는 척 하면서 몰래 밖으로
나가는데 어쩔건데요?

 

역시 사람은 아무대서나 똑똑한 척 하면 손해라니깐요..ㅎㅎ

 

일단 집밖으로 나온 후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제일 먼저 제
동생에게 휴대폰으로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다행스럽게도 제 동생이 활기찬 목소리로 휴대폰을
받더라구요.

 

순간 맥이 탁 풀리는데….휴…

 

동생의 안전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 112 ‘로 신고했고,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주니 동생의 안전이 확인됐고, 별다른 피해도
없으니 집전화를 끊으라고 하더라구요.

 

요즘 이런식의 보이스피싱 전화가 많이와서 신고도 많이 들어오고,
피해자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또다시 전화나 문자를 보내오면
즉시 담당 형사에게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기껏 힘들게 보이스피싱 전화를 잡아놓았더니 추적은 하지 않고
끊으리고 하니 정말 맥 빠지더군요.

 

영화같은데서 보면 과학수사 어쩌구 하면서 순식간에 발신지
추적해서 잡아내던데…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말인가요? ^^;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주민등록번호 뿐만아니라 이름, 생년월일,
집주소, 전화번호, 최근 근황 등의 개인정보들이 모두 범죄에
사용될 수 있음을 통감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등
이런 것들만 개인정보로서 중요하고 잘 관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사건을 겪고 나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겠더라구요.

 

이번에 보이스피싱 전화에 사용된 개인정보로는 집전화번호, 이름,
생년월일, 집주소, 그리고 아버지의 최근 병원 진료
사실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요소들이 이번 보이스피싱
전화에서 상대방을 속여 돈을 뜯어내려는 수법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개인정보 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네요.

 

참으로 희안한 것은 제 동생의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저희
집주소와 전화번호는 여러 인터넷 사이트 해킹을 통해 수집했다고
하더라도 저희 아버지께서 얼마전에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한
사실은 어디서 어떻게 입수했는지 모를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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