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손 사건은 우리에게 뭘
말해주는가?
인터넷을 논란과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매너손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이전에 실시간 검색 상위에 떠올라 오던 검색어였지만 당시에는 이
검색어에 관심이 없어 살펴보지 않았었다.
매너손이라는 단어만 봐서는 나에게 딱히 끌리는 내용은 없을 듯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 우연히 이와 관련된 기사가 뜨는 것을 보고
뭔가 싶어 확인해 보고는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계의 현실이라는 말인가!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기사의 내용만 보자면
어떤 여성이 아고라에 지하철 에서 여성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남성들이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는게 어떻겠냐는 식으로
푸념조의 글을 올렸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망할 노무 기자 쉐리가 이 기사의 히트를
예감하고서는 기사화해 세상에 널리 널리 퍼트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아고라를 모르던 수많은 사람들도 이 기사를 보고
격분하여 벌떼같이 몰려가 그녀를 비난하는 수천개의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그녀가 다니는 회사가 사회 이미지와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회사라면 조만간 짤리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면 서로 비난을 해야 옳은가?
아니면 서로 왜 차이가 나는지 의견을 교환하며 그 차이를
좁혀나가는 것이 옳은가?
아무리 해도 도저히 둘 사이의 간격을 좁힐 수 없다면 서로 안보면
그만이다.
그리고 각자의 생각과 의견이 옳음을 각자의 길을 통해 증명해
보이면 되는 것이다.
서로 비난할 것도 비난 받을 것도 없다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현재 알고 믿고 확신 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옳은
것이라고 확신 할 수 있는가?
당신이 틀렸고 잘못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으며, 상대방이 옳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왜 외면하는가?
그 옛날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르는가?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벌써 잊었는가?
당시의 그들은 자신의 잘못된 믿음과 생각이 절대불변의 진리라
믿었고, 옳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무참히 살해 당하지 않았던가!
물론 지금 이 말들은 매너손 사건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심각할 정도로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데 대한 우려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생각과 가치관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모두가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닮아야 한다는 아주 무서운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들이 나를 전율케하며 실망케한다.
어디 이거 무서워서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차라리 속편하게 수익성 홍보 글이나 작성하는게 자신을 위해서 더
유익하지 않겠는가?
사회가 이런식으로 흘러가면 결국 어떻게 되겠는가?
어디에도 바른말 하려는 사람은 없어지고, 모두가 사람들 비위나
맞추는 소리나 해댈 것 아니겠는가?
갑자기 이 시점에서 생뚱맞게 성경 이야기가 생각난다.
하나님이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러 가실 때 아브라함이 이를
말리려던 장면이 떠오른다.
지금 내 심정이 이 당시의 하나님의 심정과 같다.
과연 이런 썩어빠진 세상을 얼마나 더 참고 두고 봐야 된다는
말인가!
성질 같아서는 지구 자체를 폭파시켜 버리고 싶다.
그러나 지금의 내 심정은 또다시 당시의 아브라함과 같다.
세상 곳곳에서 바른 말과 바른 행동을 하면서 꿋꿋이 세상에 빛을
밝히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아직까지는 이 세상에 가능성이
남아있고 살 만한 곳이라는 것을….
생각이 있다면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이 상대방과 다르다고 해서
이런 의인들을 스스로 죽여서 스스로 심판을 자초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굳이 신 의 심판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의인들이 빛을 잃던 시기에는 세상이 어떠했는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노파심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덧붙이려고 한다.
나 자신 역시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해 내는 능력이 많이 모자람을
잘 알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또한 그만큼 나의 글을 읽는 독자들의 지적 능력이
높을 것이라 믿고 문맥이 엉망이라고 하더라도 그 속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핵심 이야기를 잘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에
엉성한 글이나마 안심하고 머릿속의 내용을 쏟아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무책임하고 게으르고 비겁한 메신저일 뿐이다.
내 눈에 보이는 우려스러운 경고 들을 무책임하게 사람들에게
던져놓고, 사람들이 알아 먹던 말던 그 이후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해 나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덤벼들 때는 뒤도
안돌아 보고 도망가는 비겁자이기도 하다.
물론 도망가면서 분풀이는 하면서 도망간다.
그렇기에 위에서 말한 의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매너손 글을 올린
사람을 말하는 것도 아니며, 더불어 나를 가리키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밝혀두는 바이다.
혹시나 매너손 글 올린 사람을 의인이라고 하냐, 너가 의인이냐
하면서 정신 사납게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될 말을 굳이 덧붙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