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업그레이드, 중고 부품 구입으로 해결

요즘은 컴퓨터를 통째로 새로 구입하기가 참으로 어중간한 감이 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컴퓨터를 구입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본인의 밥줄이 컴퓨터에 있는데 그 컴퓨터에 투자하는 것에 굉장히 망설이게 되고 갈등을 한다면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과거 본인은 컴퓨터의 고장 유무와 상관없이 교체 주기가 3년~5년 사이였다.

 

보통은 3년 정도 쓰면 신제품과 성능이 큰 격차로 벌어져서 고장 나지 않았더라도 새 제품으로 통째로 교체를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보통 3년 정도 쓰고 나면 싫증 날 때도 돼서 신제품에 관심이 생길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전체 교체가 아닌 부분 교체로 업그레이드를 마치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마저도 선 듯 내키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컴퓨터 부품 AS를 받아보기 시작한 것이 부분 교체를 시작한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그 전에는 3년 정도 사용하는 동안 고장이라는 것을 겪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완제품은 아니고 본인이 직접 부품 하나하나 따로 구입해서 조립한 PC였다.

 

예전에는 각 부품마다 무상 AS 기간도 길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그 기간이 점점 줄어든 것 같다.

 

뭐, 무상 AS 기간이 길면 뭐하나… 한 번도 AS 받아 본 적이 없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부품을 부분 교체로 업그레이드를 끝내기 시작한 이후부터 AS라는 걸 받기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시기부터 AS 기간도 유행처럼 줄어든 것 같다.

 

뭐..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랬던 것 같다.

 

AS 기간이 짧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 내구성에 자신이 없다는 의미겠지….

 

적어도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그렇다는 것이다.

 

AS 기간이 100년이 되어도 어차피 내구성이 좋아서 고장이 잘 안 나면 AS 받을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흠… 본인은 무엇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부품 교체만으로 끝내기 시작했던 것일까…

 

여러 단어들이 떠 오르는 데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키워드는 성능과 비용인 것 같다.

 

처음의 이유는 비용면이 더 컸던 것 같고, 이후에는 성능면이 더 커졌던 것 같다.

 

부품 교체의 시기마저 길어지기 시작한 것이 아마도 인텔의 소켓 장사 덕분이었을 것이다.

 

예전에는 CPU를 업그레이드해도 기존 메인보드와 메모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인텔이 소켓 장사를 시작한 이후부터는 CPU를 바꾸면 메인보드와 메모리까지 교체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 더욱 업그레이드에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중고 부품을 이용해서 업그레이드를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이 시기의 본인은 컴퓨터 부품에 관한 한 중고품에 대해 병적으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논외의 대상이었다.

 

CPU를 교체하자니 메인보드와 메모리가 걸리고, 메인보드를 교체하자니 CPU와 메모리가 걸리고, 메모리를 교체하자니 CPU와 메인보드가 걸리는 상황…

 

이 셋이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본인의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방해하는 1등 공신이 되어 버렸다.

 

본인은 왜 자꾸 더 많은 황금을 얻기 위해 거위의 배를 갈랐다는 이솝 우화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일까.

 

이들의 얍샵한 상술이 성공을 거뒀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이들의 상술로 인해 본인은 오히려 더욱 주머니를 졸라매며 꽁꽁 지갑을 닫아 잠갔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하드디스크와 그래픽카드의 소켓은 변화가 적어서 메인보드를 바꿔도 호환이 되니 구입하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지만 가격 때문에 손이 멈칫하긴 했다.

 

더구나 그래픽카드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비싼 돈 주고 구입해봐야 CPU와 메인보드, 메모리 때문에 제 성능을 다 발휘할 수도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나마 가격이라도 5~6만 원대 정도라면 제대로 된 성능을 못 뽑아도 구입했겠지만 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

 

생각다 못한 본인은 드디어 병적으로 싫어하던 중고품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몇 달간 새 제품과 중고품의 가격과 성능 비교를 하며 꼼꼼히 따져 보고, 혹은 충동 구매가 아닌지 심사숙고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드디어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최종 결론은 파워, 하드디스크, 그래픽카드 이렇게 3개만 중고로 구입해서 업그레이드를 끝내야겠다는 것이었다.

 

파워는 파워렉스 700W, 하드디스크는 시게이트 2TB,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 1050 제품으로 골랐다.

 

가격은 각각 배송비 포함해서 13,000원, 38,000원, 52,000원이었다.

 

파워와 하드디스크는 업자를 통해 구입했고, 그래픽카드는 개인을 통해 구입하게 되었다.

 

업자를 통한 것은 결제 다음 날 배송되어 왔을 만큼 배송이 정말 빨랐고, 개인을 통해 구입한 것은 결제 후 배송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3일인가 되었던 것 같다.

 

일단 배송된 3개의 제품의 외관은 파워를 제외하고 새 제품처럼 깨끗해 보였다.

 

더욱이 그래픽카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번호를 확인해 본 결과 출고일 기준으로 아직 4개월 남짓 AS 기간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입일 기준으로 보면 더 많은 기간이 남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파워는 옆 면과 윗 면의 경계 부분이 찍혀서 찌그러져 있는 것을 빼고는 대체로 깨끗해 보였다.

 

부품을 교체한 후 며칠간 컴퓨터를 사용해 본 소감은 이렇다.

 

하드디스크와 그래픽카드는 구입 전의 걱정과 달리 조용하게 문제없이 잘 작동되고 있어서 안심이 되었지만 파워는 팬 돌아가는 소음이 커서 굉장히 귀에 거슬린다는 것이다.

 

뭐, 현재까진 전력 공급에는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팬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괜스레 파워 전체의 성능이 의심되고 걱정되긴 한다.

 

일단 파워 소음을 제외하고는 구입 전의 걱정과는 달리 중고품으로 업그레이드를 결정한 것이 만족할 만한 선택이 된 것 같다.

 

업그레이드 후 컴퓨터 전체 성능 향상은 글쎄…

 

일단 게임을 돌렸을 때는 기존의 9500GT를 사용할 때보다 확연한 차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외에는 ‘글쎄’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별로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인터넷을 할 때는 거의 변화를 느낄 수 없었고, 동영상 인코딩을 할 때는 ‘어? 조금 빨라진 거 같기도 한데?’라는 정도로 미묘한 느낌 정도랄까…

 

실제 측정 도구를 사용해 측정한 수치상의 변화가 아니라 말 그대로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다만 게임을 돌렸을 때는 막눈인 본인의 눈으로도 변화를 확연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느껴졌다.

 

굳이 게임할 게 아니면 돈 들여서 업그레이드할 필요도 없었겠다 싶었다.

 

아무튼 이제 이걸로 앞으로 최소 3년은 더 버텨야 한다.

 

물론 도중에 중고로 싸게 괜찮은 물건이 나오면 나머지 업그레이드 시기가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본인의 컴퓨터 사양은 이렇다.

 

CPU : 인텔 i3-3220
메인보드 : 기가바이트 GA-B75M-D3H
메모리 : 삼성 DDR3 12800 4GB 2개
그래픽카드 : AFOX 지포스 GTX 1050 (교체 전 : 지포스 9500GT)
하드디스크 : 시게이트 2TB ST2000DM001 (STAT3/7200/64MB), 삼성 160GB
SSD : 인텔 330 120GB
파워 : 파워렉스 700W (교체 전 : 듣보잡 450W)

 

참고로 교체 전의 450W짜리 듣보잡 파워는 정말 팬이 돌아가는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조용했었다.

 

사용한 지도 5년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전력 부족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었다.

 

듣보잡이라는 것은 본인이 알고 있는 브랜드 가운데 잘 모르는 곳이라는 의미지 제조사가 인지도가 없는 곳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기존 파워가 워낙 훌륭한 성능을 보여줬던 탓일까…

 

이번에 새로 들인 중고품 파워는 소음 때문에 정말 괜히 구입했나 싶을 정도로 살짝 후회가 들기도 한다.

 

그놈의 700W라는 타이틀 때문에 혹해서 구입한 게 실수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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